스타트업이 시드 단계를 넘어 시리즈 A, B 단계의 투자 유치에 나서면 더 이상 단순한 아이디어와 실행력만으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투자자는 제품의 시장성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과 인사 체계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인사 체계가 부실하다면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추었어도 '이 조직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투자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은 반드시 구조화, 제도, 평가를 중심으로 HR 전략을 정비해야 하며, 이는 곧 투자자 신뢰 확보와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구조화 : 체계적인 조직 운영의 출발점
투자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을 구조화(structuring)하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창업자와 몇 명의 핵심 인재가 다방면에서 역할을 겸하며 일하지만, 투자 유치 단계에 들어서면 인력이 빠르게 늘어나고 역할도 세분화됩니다. 이 시점에서 구조화가 되지 않으면 역할별 책임이 불분명해지고, 투자자에게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1. 조직도와 직무 정의서(JD) 작성 : 투자자는 '이 조직의 인력이 어떻게 배치되었고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직무 정의서(JD, Job Description)를 체계적으로 작성하고, 직무별 필요 역량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는 신규 인력 채용과 온보딩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2. 효율적인 보고 체계 구축 : 창업자가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팀장이 중간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아야 하며, 보고 체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보고 체계와 권한 위임 구조를 통해 '이 조직은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받습니다.
3. 조직 문화의 일관성 유지 : 인력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조직 문화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에게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문화는 투자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입니다.
구조화는 단순히 조직도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과정입니다.
제도 :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기반
투자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은 기본적인 인사 제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합니다. 초창기 스타트업은 '자유로운 문화'를 이유로 제도 도입을 미루지만, 투자자는 제도가 없는 스타트업을 보고 '이 조직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1. 보상 체계 명문화 : 급여, 인센티브, 스톡옵션 정책은 반드시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스톡옵션은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이므로, 부여 조건/행사 가격/베스팅 기간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법적 분쟁 가능성을 줄이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근로계약과 규정 정비 : 초기에는 구두 계약이나 간단한 합의로 채용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투자 단계에서는 반드시 모든 직원과의 근로계약서가 체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취업규칙, 근태/휴가 제도, 퇴사 절차 등 법적 기준에 맞추어 최소한의 규정을 정해두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는 투자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회사가 안정적인 조직이라는 신호를 줍니다.
3. HR 운영 매뉴얼 : 채용 절차, 온보딩 방식, 성과 평가 프로세스, 퇴사 관리 등을 매뉴얼화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확장 가능한 조직임을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근거가 됩니다.
인사 제도는 조직 내부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외부 투자자에게 '이 회사는 체계적이다'라는 신뢰를 주는 장치입니다.
평가 : 성과와 성장을 연결하는 시스템
투자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성과 평가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투자자는 조직이 단순히 인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합니다. 따라서 체계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1. 성과 목표와 투자자 기대 정렬 : 투자자는 매출, 사용자 성장, 고객 유지율, 시장 점유율 등 특정 지표를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회사의 KPI나 OKR을 이 지표와 일치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투자자가 회사의 성과 관리 방식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2. 정기적 성과 리뷰 운영 :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회의 연간 평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소 분기별로 리뷰를 실시하고, 프로젝트 종료 시점마다 성과를 점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팀원의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자에게 투명한 관리 체계를 보여줍니다.
3. 공정성과 피드백 문화 확립 : 성과 평가는 단순히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성과 측정 → 피드백 → 개선 →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직원 만족도와 투자자 신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평가 체계는 내부적으로는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외부적으로는 투자자에게 '이 조직은 성과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줍니다.
마무리하며 : 투자 유치 단계 스타트업의 HR은 신뢰와 성장의 기반
투자 유치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HR 운영은 단순한 행정 관리가 아니라, 투자자 신뢰 확보와 조직 성장의 기반입니다. 구조화는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제도는 법적·운영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평가는 성과와 성장을 연결하는 증거가 됩니다.
투자자는 결국 '이 회사가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인사 체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스타트업은 좋은 제품과 시장성을 갖추고도 투자를 놓칠 수 있습니다. 즉, HR은 투자 단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적 무기입니다. 이 시점에서 인사 운영을 구조화하고, 제도를 확립하며, 평가 체계를 강화한 스타트업만이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를 받은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